“아이 성장앨범 못 받아”…소비자 피해 계속

[KBS 청주]
[앵커]

출산 직전, 엄마가 만삭일 때부터 아이 돌 무렵까지 사진을 ‘성장앨범’으로 제작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사진관에 돈을 낸 뒤 몇 번 찍고, 앨범을 제때 받지 못하는 피해가 해마다 수백 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유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사진관에서 아이의 성장앨범을 만들기로 한 33살 오 모 씨.

89만 원을 미리 내면 앨범과 액자까지 만들어준다는 말에 2018년, 만삭 때부터 아이 돌까지 다섯 차례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4살이 되도록 앨범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장앨범 피해 소비자 : “둘째한테 갓난아기로 가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 당장 다시 찍으려고 해도 못 돌아가잖아요. 그게 제일 답답한 거예요.”]

인터넷 맘 카페 등에는 이 사진관에서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30여 건이 넘습니다.

고소장 제출을 생각한 피해자들도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습니다.

경찰이, 사진관 업주가 거세게 항의하는 일부 피해자에게 뒤늦게 앨범을 제작해주는 등 변제하는 경우,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고 한 것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자녀 성장 앨범과 관련해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는 전국적으로 천 3백여 건에 이릅니다.

소비자원은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계약 전, 믿을만한 업체인지 살피고 앨범을 약속대로 받지 못할 경우 돈을 돌려받는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재범/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 운영팀장 : “아기 성장앨범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는 매년 200건 이상씩 접수되고 있습니다. 계약하실 때 계약 조건들을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신 후에 계약하시는 게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작 비용은 한꺼번에 미리 내지 말고, 앨범 등을 받을 때 잔금을 치를 것을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

이유진 (reasontr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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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文대통령은 北보자기에 싸인 사람…3·1절 1000만명 집회 하겠다”

‘3·1절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전국을 돌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부산역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전광훈 목사가 25일 부산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전 목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이여 일어나라’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부산 정신 차려야 한다”며 “머지 않아 수령님을 모시고 살야아 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보자기에 싸인 사람”이라며 “북한이 싫어하는 말은 하나도 못 한다”고 말했다.

‘3·1절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전국을 돌고 있는 전 목사는 “3월 1일날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허가가 나면 광화문 광장에서 1000만명 집회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허가 안 해주면 유튜브에서 1000만명이 동시에 접속한 뒤 3·1절 독립운동을 재현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전 목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과 비교하며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라 찬양했다. 참석자들은 전 목사의 설교 중간 중간 “맞습니다”라고 맞장구치거나 손뼉치며 호응했다.

전 목사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유튜버 5∼6명은 다닥다닥 한곳에 붙어있기도 했다. 현재 부산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100명 이상 집회·시위가 금지된 상태다.

한 시민은 전 목사의 설교를 중단시키기 위해 접근하다 현장 관계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경찰과 지자체 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들은 행사 내내 군중을 지켜보며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3·1절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전국을 돌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부산역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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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정 감당 범위에서 제도화 검토하라” 손실보상제 참전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손실보상 제도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복지부·식약처·질병청 2021년 업무보고에서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손실보상제 도입을 지시했다. 다만 재정 부담을 전제를 들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보건복지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질병관리청에 대한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고,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은 더디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러한 언급은 여권 주자들의 ‘코로나 지원’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당·정간 갈등 양상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을 주장하며 경기도민에게 먼저 10만원을 지급키로한 이재명 경기지사, 또 손실보상제의 법적 제도화를 지시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재정건전성 문제를 우려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갈등을 빚어왔다. 정 총리는 특히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격노하기도 했다. 반면 이낙연 대표는 “기획재정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 총리와 이 지사의 ‘홍 부총리 때리기’엔 우려를 표시했다. 대선 후보들간에도 입장차가 있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세종시 정부청사 기재부 대회의실에서 세종-서울간 화상으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같은 시각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기획재정부 제공이런 와중에 홍 부총리는 24일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이날 손실보상제 제도화 추진을 지시하면서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라고 언급한 걸 두고는 “손실보상제 제도화와 관련해선 정 총리와 당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 홍 부총리, 또 홍 부총리를 배려한 이 대표의 입장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손실보상제 자체에 힘을 실어준 만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저항했던 홍 부총리가 설 땅을 잃었다”는 분석도 민주당에선 나왔다.

이와관련, 여권의 핵심 인사는 “코로나 대책이 대선주자 간 경쟁으로 진행되면서 문 대통령도 이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곤란해진 상황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 총리, 이 대표 등 대선주자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나쁜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연합뉴스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다음달부터 백신과 함께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가 의료 현장에 투입되고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형성할 것”이라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의 투명성ㆍ개방성ㆍ민주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부작용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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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장관 되면 바로 동부구치소 가겠다”

“밀집도 등 문제 짚어볼 것”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1. 1. 25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교정시설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장관으로 임명되면 바로 동부구치소에 가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2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교정 분야 과제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의에 “장관에 임명되지마자 동부구치소에 가서 경청의 시간을 갖겠다”며 “조사하겠다는 차원은 아니고 특별히 동부구치소에서 2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이유와 밀집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백 의원은 “법사위에서 과밀 수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는데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도소를 더 확장해야 하는데 각 지역에서 ‘님비(NIMBY)’ 시설로 기피하는 바람에 성과도 못 내고 있다. 장관이 되면 이런 부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수용시설의 과밀화 문제는 조금 나아졌지만 국제 기준에 의하면 상당한 위반이 있다”며 “아까 ‘님비’ 이야기도 나왔는데 특별법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말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전수검사를 실시해 10차 전수검사까지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 20일 11차 전수검사에서 처음으로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12차 전수검사에서 직원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법부무는 오는 26일 동부구치소 직원 490명, 수용자 490명을 대상으로 13차 전수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구치소도 이날 직원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 전국 교정시설 코로나 확진자는 총 1264명이다. 격리자는 직원 20명, 수용자 595명 등 총 615명이다. 격리해제자는 직원 34명, 수용자 475명 등 509명이다. 출소자는 140명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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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가면 큰 규모의 도서관이 하나 있습니다. 지은 지 몇 년 되지 않아 깨끗하고 시설도 좋습니다. 6만 8천권 넘는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2년 전,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얼마 뒤, 성남시는 서현도서관에서 일할 사서를 모집했습니다. 도서 정리 및 대출 업무를 하는 자료정리원(사서) 15명을 뽑겠다고 했습니다. 근무 형태는 공무직입니다. ‘무기계약직’이라 사실상 정규직 대우를 받는 자리였습니다. 흔치 않은 공채였습니다. 4대 보험 되고요, 명절이면 휴가비 등 수당도 나옵니다. 사서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이 자리, 1차 서류 합격자만 384명이었습니다. 지원자 기준이 아닌, 1차 합격자 기준으로 경쟁률이 26대1이었습니다.

그런데 채용 결과 합격자 15명 중 7명이 은 시장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나 이들 가족, 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캠프 출신 7명 중 ‘준사서자격증’을 갖춘 이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준사서자격증은 사서를 준비하는 취준생이나 공시생들이 ‘필수 요건’이라고 여기는 자격증이라고 합니다.

◆ 자격증 필수 아닌 ‘우대’…캠프 출신 합격자 자격증 ‘0’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당시 성남시가 낸 채용 공고문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자료정리원’이 갖춰야 하는 요건, ‘주말 및 공휴일 근무 할 수 있는 사람’이 전부입니다. 사서 자격증은 필수가 아니라 ‘소지자 우대’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저렇게 나온 겁니다.

실제로 합격자 중 한 명인 A씨 이력서 살펴봤습니다. 영상 관련 학과 전공했고요, 미디어 업계에서 일했던 적이 있지만 사서나 도서 정리 업무와 관련된 경험도, 자격증도 없었습니다. 대신 A씨는 은 시장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 B씨 딸이었습니다. A씨가 다른 수백명 지원자보다 더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선거 캠프 관계자 가족이라는 점이 A씨 ‘경쟁력’이었던 것일까요. 참고로 은 시장 선거 캠프 상황실장이자 인수위원회 정무특보 출신 이모 씨는 A씨에 대해서 “OO누님(B씨) 딸 이력서도 봤잖아. 대기업 다녔다는. 자격이 안 돼? 사서로 가면?”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지원자 인터뷰 “좋은 지원자 많았다고만 생각”
“자격증 없는 이들 뽑아서 어떻게 운영하나 걱정”

몇 주 전, 취재진은 2년 전 서현도서관에 지원서 냈던 C씨를 만났습니다. C씨는 “현직 사서라도 하던 일 관두고 지원할 정도로 매력적인 자리였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도서관에서 무기계약직은 잘 뽑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C씨 말이 맞는지 점검해봤습니다. 전국 6개 광역시와 서울, 경기도에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지난 3년간 공공 도서관에서 어떻게 사람 뽑았는지 살펴봤습니다. 무기계약직에 해당하는 ‘공무직’은 82건이었는데 계약직은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258건이었습니다. 특히 이 중 234건은 1년 미만 단기 계약직이었습니다.

지원 당시 C씨는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민간도서관 계약직 사서로 근무중입니다. 그와의 대화를 ‘취재설명서’에 공개합니다.

Q. 당시 서현도서관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요?
“제가 준사서자격증이 있고, 사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당시 공고를 보니 조건이 너무 좋고 이게 공무직이면 무기계약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지원을 했죠.”

Q. 다른 준비생들도 마찬가지였겠군요?
“사서는 정규직이 별로 없어요. 준비생뿐 아니라 현직 사서들에게도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일단 성남이라는 위치적인 이점도 있잖아요. 신축이라 더 다니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Q. 현직 사서들도 많이 지원을 했다는 말씀이죠?
“무기계약직은 드물기도 하고요. 요즘 사서 중에 계약직 전전하고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거의 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이런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되게 드물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하려고 했어요.”

Q. 보통 경쟁률이 이렇게 높나요?
“아니요, 제가 다녔던 지원을 했던 계약 업무들은 거의 뭐 4:1, 3:1 이런 수준이었고, 10:1까지 갔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아무래도 공무직이다보니까 훨씬 더 비율이 높았던 게 아닌가 싶네요”

Q. 불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웠겠습니다.
“되게 아쉬웠죠. 저도 준사서 자격증 가지고 있으니까 충분히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도 경력이 몇 개 있었기 때문에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떨어지고 나니 ‘내가 면접에서 실수를 했거나, 나보다 더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거나. 그래서 떨어졌나보다’ 라고 묻어뒀어요.”

Q. 준사서자격증을 준비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나요?
“이제 정사서 같은 경우는 4년제 대학교를 나오거나 학사 학위를 취득해야 해서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취득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준사서자격증이면, 정사서보다는 좀 더 쉽고 빠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는 거라서, 사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도전합니다.”

Q. 서현도서관 특혜 채용 의혹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되게 벙 쪘거든요. 너무 어이가 없고, 정당하게 떨어진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되게 좀 불신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좀 배신감도 느껴지고.”

Q. 자격증이 없는 은수미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합격한 건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역시 그냥 학연 지연 혈연이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좀 그런 사람들이 자격이 있지도 않을 건데,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하려고 그런 사람을 뽑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요.”

Q. 공정이란 가치가 크게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서 준비생들은 너무 힘듭니다. 앞으로 이런 공고가 나오면 지원하기가 꺼려질 것 같아요. 신뢰가 크게 떨어진 거죠. 그렇게 되더라고요.”

취재진은 성남시 인사 실무 책임자에게 서현도서관 합격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도 물어봤습니다.

“(이력서) 사실 읽어볼 시간도 없을 거고. 거기에서 어떤 전문지식을 하는 건 아냐, 그 사람들. 자료정리원은 쉽게 얘기해서 책을 가져와서 정리해서 꽂는 그거기 때문에…”
“공부 열심히 잘 하고 자격증만 따고, 그런 사람 사회생활 잘 안 해요. 가장 중요한 게 자세죠, 자세. 내가 뭐 안다고 대답하고 그럼 마이너스죠, 그런 거는.”

이 말을 C씨 같은 지원자가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 성남 ‘청년을 위한 젊은 도시’?

성남시는 늘 청년과 함께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홈페이지엔 ‘청년들이 경쟁의 압박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젊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드러나 있고요. 다양한 청년 사업 추진하는가 하면, 성남시 청년지원센터는 ‘전국 기초단체장 메니페스토 우수사례 대회’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취재하면서 마주한 채용 비리 정황과 온라인 모습 사이 괴리감이 참 크게 느껴졌습니다.

2018년 5월, 은 시장은 페이스북에 여러 청년들 틈에서 찍은 사진 몇 장 올렸습니다. 게시글엔 ‘호프데이에서 취업이 참 어렵다는 청년들 말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 접한 성남시 청년들 마음은 은 시장보다 더 아팠을 겁니다. 취재를 하며 만났던 이들 중 한 명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는 건 조직이 비민주적이라는 뜻 아닐까요? 부정한 방법으로 사람 뽑으라는 지시가 있어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 결국 조직 말단에 있는 경우가 많은 우리 청년들이 그만큼 일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거겠죠.”

◆ 관련 리포트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①나가지 못한 인터뷰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066/NB11986066.html

하혜빈 기자 (ha.hebi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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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LG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공정위가 철저히 조사해야”

LG 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단 이유로 해고됐다”며 농성을 시작한지 오늘(24일)로 40일째입니다. 일부에선 “계약이 끝났으면 그만이지 왜 아무 상관없는 LG에서 농성이냐”고 말합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직원인데, 계약이 끝났으니 별 수 없다는 겁니다. LG 역시 “직접 계약한 관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말 LG는 아무 관계가 없는 걸까요. JTBC는 이 문제를 주목해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LG가 구광모 회장의 고모 회사인 청소 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나오는 등 LG와 청소 용역업체는 ‘특수관계’입니다.

◆ 관련 리포트
‘해고 논란’ LG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 추적해보니…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814/NB11986814.html

◆ 관련 리포트
[취재설명서] LG계열사,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에 지난해 694억원 일감 몰아줘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261/NB11989261.html
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 / 제공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JTBC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 지 사흘 만에 LG는 “고모들이 가진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의 지분을 다 팔겠다”고 했습니다. 이제까지 “아무 관계가 없는 별개 회사”라며 말을 아끼던 LG는 직접 자료를 내고 지수아이앤씨의 입장을 ‘대신’ 설명해줬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가능성이 거론되자, LG가 꼬리를 자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논평을 내고, “지분을 파는 걸로 의혹을 덮어선 안 된다”며 “그동안의 부당한 지원 혐의를 공정위가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 “공정위·세무당국이 LG 조사해야”

지수아이앤씨는 2009년 만들어진 용역회사입니다. 회사가 생긴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LG 트윈타워 청소를 맡았습니다. 이 회사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 구훤미·구미정씨가 지분 100%를 가진 ‘친족기업’ 입니다. 게다가 LG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과 트윈타워 청소 계약을 맺어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LG는 ‘원청의 원청’인 셈입니다.

취재진은 지수아이앤씨의 다른 일감을 살펴봤습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을 비롯해 광화문과 서울역, 강남 LG빌딩 등 일감 대부분이 LG계열사 건물 청소나 보안 용역입니다. 이번에 고용승계 논란이 불거진 트윈타워는 가장 오래 유지한 ‘안정적 일감’ 중 하나입니다. 용역 업계 관계자들은 지수아이앤씨를 두고 “LG에서 대부분 일감을 조달하는 구조라 다른 입찰 경쟁에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끼리는 ‘LG회사’라고 부른다”고 말합니다.

두 고모가 5억원을 출자해 세운 이 회사는 꾸준히 성장해 2019년 매출액 1300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60억원, 10년 동안 200억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습니다. 지난해엔 전년도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챙긴 겁니다.

5억원을 투자해 10년 동안 200억원이 넘는 돈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공정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결과일까요. 아니면 친족기업이란 이유로 특혜를 누린 걸까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가치를 지키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판단해야할 지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짙다고 지적합니다. 재벌의 계열사에 기대어 친족에게 부를 이전했고, 결국 다른 중소기업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거래라는 겁니다. 황보윤 공정거래전문 변호사는 “친인척이 아니었다면 원천적으로 이런 거래를 할 수 있었겠느냐”며 “사회규범상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부가 분배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정거래법으로 따져 볼 사안”이라 말합니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와 관련해 세무당국에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LG와 지수아이앤씨의 친족기업 관계도
▶’계열 분리’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 감시 사각지대

LG는 “구광모 회장 두 고모의 지분을 모두 팔겠다”고 하면서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수아이앤씨는 계열 분리를 한 별개 회사”라는 겁니다. ‘계열 분리를 한 별개 회사’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한 마디로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공정거래법 제 23조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에 해당합니다. 이 조항은 계열사일 때만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지수아이앤씨는 15년 전 LG와 계열 분리를 했기 때문에 계열사가 아닌 남남이라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그래서 괜찮다는 게 LG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계열 분리의 취지가 불공정한 거래를 막자는 것인데, 취지는 어기면서 “우린 법을 어기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궁색해 보입니다.

그럼 이 의혹을 따져볼 수 있는 법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를 적용해도 공정위가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선 꼭 계열사가 아니어도 다른 회사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따집니다. 다만 계열사에 적용됐던 23조 2보다는 공정위가 입증해야 할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원래 제23조 2는 재벌 일감 몰아주기를 좀 더 강하게 규제하려고 2013년에 새로 만든 법입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LG처럼 계열 분리된 친족기업의 부당 지원 행위를 규제하는 데는 소홀해진 셈입니다. 한양대 경영학과 이창민 교수는 “형식적으로 계열분리를 해 이런 사각지대를 노리는 일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된 규제를 강화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22일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친족이 계열 분리한 이후 신설한 회사에 대해서도 분리 후 3년간 내부거래 내역 제출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친족 분리를 악용한 일감 몰아주기를 막겠단 겁니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2018년부터 친족분리 이후에도 3년간 모그룹과 거래내역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처럼 이전에 분리한 회사들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의지를 갖는다면,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간 LG의 부당지원 혐의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공정위는 조사가 가능한지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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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쿄올림픽 강행 ‘B플랜’은?

https://player.audiop.naver.com/player?cpId=audioclip&cpMetaId=CH_3244_EP_186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또다시 취소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도무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개최국 일본마저 긴급사태를 선포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7월 23일에 개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 개최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 많아 제대로 치러질지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올림픽을 취소하는 게 맞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 올림픽을 치른다 해도 ‘지구촌 축제’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도 이제 물 건너갔습니다.

하지만 IOC와 일본은 현실적으로 올림픽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입니다.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면 IOC는 중계권료 약 2조 7천억 원을 받을 수 없고 막대한 스폰서 수입 손실도 보게 됩니다. 일본은 수십조 원의 직접적 손해는 물론 기대했던 간접적 경제 효과도 모두 잃게 됩니다. 한마디로 취소는 IOC와 일본에게 엄청난 재앙인 셈입니다.


IOC는 돈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IOC는 올림픽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이유로 도쿄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2022년 2월 개막 예정인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위태로워집니다. 만약 2024년 초에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면 같은 논리로 2024 파리올림픽도 취소해야 합니다.

역대 올림픽 역사에서 올림픽이 취소된 이유는 오직 전쟁뿐이었습니다. 전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올림픽을 취소하다 보면 이것이 선례가 돼 계속 취소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림픽이 자꾸 취소되면 IOC는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계속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도쿄올림픽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만약 올림픽이 끝내 강행될 경우 ‘변형된 올림픽’ 또는 ‘축소된 올림픽’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최근 일본 교토통신과 인터뷰에서 “B플랜은 없다”고 말했지만 코로나19가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도쿄올림픽은 현실적으로 ‘B플랜’으로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n/?id=N1006183215 ]

IOC와 일본이 생각하는 ‘B플랜’은 이렇습니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안전입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가 백신을 접종하는 게 최상이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각 나라마다 백신 확보 상황이 다른 데다 무엇보다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선수가 접종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요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선수만 올림픽에 출전시키고 접종하지 않은 선수는 출전 자격을 박탈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럴 경우 개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합니다. 그래서 IOC는 출전하는 선수와 지도자, 심판 전원에게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백신은 가급적 접종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관중도 빼놓을 수 없는 딜레마입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무관중’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무관중 올림픽’은 전례가 없는 데다 ‘인류 평화의 제전’이란 올림픽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일본이 약 1조 원의 입장권 수입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합니다.

이래서 거론되는 것이 관중 규모 축소입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10월 SBS와 화상 기자회견에서 “만원 관중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IOC와 일본은 전체 관중의 30% 또는 50%만 입장시킨 뒤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을 방지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메달을 놓고 뜨거운 대결을 펼치지만 전 세계 미디어도 그에 못지않은 취재 경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확 달라질 전망입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구상하는 미디어 대책은 기자가 선수를 인터뷰할 때 ‘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기자회견장(프레스룸)에 입장하는 취재진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장에 출입하지 못한 취재진을 위해서는 선수 인터뷰를 시청할 수 있는 별도의 온라인 채널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현재 도쿄올림픽 취소 여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선수들일 것입니다. 출전권을 이미 딴 선수나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만난 우리 국가대표 A 선수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도 무조건 올림픽은 열려야 한다. 10년 넘게 오직 올림픽만 바라보고 선수 생활을 해왔는데 허무하게 취소되면 다시 나간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힘줘 말했습니다.

대조적으로 국가대표 B 선수는 “나도 올림픽이 열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최를 강행할 경우 대규모 전염이 걱정된다. 백신도 부작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먼저 맞기는 싫다”는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이 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을 이유로 끝내 취소될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를 뛰어넘어 마침내 성화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 IOC 총회가 오는 3월 10일에 개막하고 일본 내 성화 봉송이 3월 25일에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3월 중순까지는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이 도쿄올림픽의 운명을 가를 관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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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취재파일] ‘최장수’ 주미대사의 조언 “北 비핵화에 소극적 인상 줘선 안 돼”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4년 5개월간 주미한국대사를 역임했습니다. 한국에선 대통령이 탄핵되고 미국에선 정권이 바뀌는 격변의 시기에, 두 나라를 잇는 외교 최전선에서 가교 역할을 한 인물인데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장수’ 주미대사라는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커트 캠벨과 제이크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 등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과 그들의 배우자까지 인연이 있는 안호영 총장을 지난 20일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안 총장은 SBS와의 인터뷰 내내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북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라며 한국 정부가 이에 소극적인 인상을 줘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또, 미·중 전략적 경쟁하에 놓인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전략적 명백성’을 취해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습니다. 안 총장과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미국 대북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한국, 소극적 인상 줘선 안 돼”

Q.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북미 관계 전망을 여쭙고 싶습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요? 그 전망과 그 이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바이든팀의 초점은 협상의 목표가 무엇이 될 건지, 그리고 방식은 뭐가 될 것인지, 그 두 가지가 되겠죠. 목표에 대해선 여태까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를 많이 얘기했습니다. 일부에선 ‘그것보다 더 낮은 단계가 될 수 있겠다’는 소리가 언론에서 나왔는데 저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CVID보다 낮은 단계가 되는 건 NPT 체제를 흔드는 일이란 말이죠. 그건 결코 그럴 수 없다고 보고, 바이든 팀의 목표는 CVID가 될 거라고 봅니다.

그 목표로 가는 방법이 부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때까지 뭔가 바뀐 듯하면서도 결국 본질은 마찬가지였어요. 본질이 결국 무엇이냐. 대화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대화 안 나오니 별 수 없이 제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 두 가지가 계속 연계돼왔단 말이죠. 아주 극단적 방법 가지 않는 한, 결국 이번에도 그런 수준 내에서 방법이 나오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근데 저희가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할 거 같습니다. 첫째, 우리의 역할입니다. 우리의 역할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우리가 제일 큰 당사자이니까 저희 입장이 제일 중요하죠. 근데 바이든팀에는 우리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강조하는 게 미국의 국제적 역할 재현하겠다, 그러기 위해서 동맹과 같이하겠다고 계속 강조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미북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 의견을 많이 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이죠. 좋은 일인데 근데 만에 하나, 우리가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서 ‘미국보다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면, 그거는 처음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대단히 동맹에게 확신을 저해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인상을 줘선 안 되겠습니다.

두 번째는 중국입니다. 결국은 북한이 지금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다섯 개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2016년 3월 시작됐는데요. 그때 제가 워싱턴에서 대사로 근무했는데 2270에서부터 시작해서 5개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결국은 어려운 이유가 북한의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 가령 석탄과 철광석, 인력 송출 등 수출을 제재하는 거란 말입니다. 북한으로선 대단히 곤란한 제재죠. 그런데 그 당시에 2016년 3월 워싱턴 분석가들은 ‘이거 굉장히 강한 제재인데 어떻게 중국이 동의할 수 있었느냐’, ‘중국이 대북 입장을 바꿨구나’, 그런 인식이 확산됐었어요. 그러면서 몇 년 지나면서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가 많이 이완되지 않았습니까. 그걸 어떻게 복구할지가 되게 중요한 이슈가 될 거예요. 중국도 미국에서 새로운 바이든팀이 출범하니까 그 바이든팀의 출발에 맞춰서 미중 관계를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으로 끌고 가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도 좋은 카드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중간에 진전을 이룰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세 번째, 북한이 그걸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제일 중요하죠. 여태까지 실적을 보면 사실은 우려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집권할 때 2013년 오바마 행정부 2기가 집권할 때,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때 매번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했어요. 이러한 과거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사실 많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많은 학습 경험을 쌓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게 도발을 통해서 얻을 게 많지 않다는 학습 경험을 했을 거라 기대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북한도 이 기회를 제대로 좀 활용해서 의미 있는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 안 돼…’전략적 명백성’ 택해야”

Q. 중국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요. 미·중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미·중 갈등하에 우리 정부의 스탠스,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봅니까?

A. 그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동안 이런 표현을 많이 써왔죠. ‘경중안미’라는 표현을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건데, 여기에 대해서 중국 내에도 상당히 시니컬한 반응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논객들이 무슨 얘길 하느냐 하면요. ‘전략적 모호성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전략적 모호성을 사용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유리한 걸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요. 근데 저는 그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약은 수를 자꾸 쓰게 되면 ‘한국이 중국에 경사돼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동맹의 가장 기초가 상호 신뢰인데, 상호 신뢰를 저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겠고요. 중국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생각한다는 인식이 있잖습니까? 그 인식이 더 강해지겠죠. ‘아 역시, 한국이 가장 약한 고리로구나’ 그런 인식이 강해질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그 인식을 기반으로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올 거고요. 우린 그러한 무리한 요구를 못 받지 않습니까? 그럼 마지막에 못한다는 소리밖에 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중국도 ‘한국 사람들 신뢰할 사람들 아니다’라는 인상을 받게 되겠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모호성으로 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명백하게 우리 입장을 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주미대사로 근무할 때도 미중 간에 그런 이슈 많이 있었죠. 가령 비행정보구역 문제라든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사드 문제 등 미·중 간 미묘한 문제들 많았습니다. 저는 당시에도 미·중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미국에 딴 소리, 중국에 딴 소리, 이렇게 해서는 양쪽의 신뢰를 다 잃는다고, 그래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저 스스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려고 노력했고요. 그 명확한 입장은 지정학적으로 우리가 굉장히 미묘한 위치에 있어서 4강과 다 잘 지내야 하는 것인데, 그 대전제는 우리 국가를 구성하는 기초가 자유민주주의라는 것, 그리고 우리 안보의 기초가 한미안보연맹이라는 겁니다. 이 얘기를 미국에도, 중국에도 해야 합니다. 중국한테 얘기할 때는 ‘너희가 항상 좋아하는 개념이 있지 않느냐. Core national interest, 즉 이건 핵심 국가 이익이어서 양보할 수 없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한미안보협약이 바로 그겁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중국과 친선관계를 희망한다’ 그렇게 얘기를 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에 각각 그렇게 해야 합니다. 중국 입장에선, 섭섭해한다면 처음에 섭섭해하는 게 낫지, 나중에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가 못하면 그때 갖게 되는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어요. 모호성으로 가져갈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이 문제는 명백하게 가야 합니다. 그렇게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오바마, ‘위안부 문제 끔찍한 인권 침해’라 해…韓, 일본에 국제법 위반 빌미 줘선 안 돼”

Q.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5년 한·일 정부 간에 12·28 ‘위안부’합의가 체결됐을 당시 공식 환영 논평을 낸 바 있습니다. 물밑에서도 이러한 역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한국의 양보를 촉구 내지는 압박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미·일 동맹 결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역사 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양보 또는 조속한 해결 의지를 주문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A.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미국이 동맹에 부여하는 중요성, 그걸 저희가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 2기, 4년 동안 계속 있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1년, 초기 1년을 미국에 있었습니다. 즉, 오바마 행정부와 4년을 지냈고 트럼프 행정부와 1년을 지냈죠. 그런데 재밌는 건, 미국 측에서 동맹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똑같다는 겁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경우, 취임이 2017년 1월이었는데, 방한을 2017년 2월 초에 했습니다. 매티스 장관이 취임 후 처음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방한 전 토요일에 저와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저녁 자리였는데, 매티스 장관은 바로 제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며 2시간 동안 얘기했습니다. 그때 제가 “국방장관이 되자마자 방문하는 외국 국가가 한국인데, 대단히 고맙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이렇게 답했는데, 그게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납니다. “미국은 동맹 때문에 이렇게 튼튼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동맹 때문에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된 거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한국에 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제가 그때 들었던 얘길 아직도 기억합니다.

근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24일 외교안보팀 각료들을 임명했죠. 외교안보팀 각료들을 임명하면서 매티스 장관의 말과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미국은 동맹과 함께 할 때 제일 강력하다”고요. 똑같은 얘길 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동맹에 부여하는 의미, 그 중요성은 공화당, 민주당이 따로 없습니다. 미국 정치가 대단히 혼란스럽다는 얘기들을 하는데요. 적어도 동맹 문제와 미·중 관계, 외교 전반에 대해서는 아주 단단한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서양 건너 나토가 있고, 태평양 건너 한국과 일본, 호주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합니다. 한국과 일본, 호주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근데 그 동맹끼리 싸운다면, 미국 입장에선 대단히 우려스러운 사태이겠죠.
물론 제가 주미대사로 있던 동안에도 한·미·일 간에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한·미·일 정상회담도 워싱턴에서 열렸었죠. 당시 바이든 부통령도 참석했었습니다. 당시 정상외교 행사에 부통령이 온 것이었는데, 그건 대단히 이례적이었죠. 그럴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도 한·미, 한·미·일 동맹의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했죠.

그 와중에 한·일 간 역사 문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 제가 주미대사로 있었던 2013년~2017년 동안 역사 문제 중 ‘위안부’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어요. 근데 미국이 사실은 ‘위안부’ 문제에 관한한 한국의 입장을 굉장히 지지해왔습니다. 제가 2013년 주미대사로 부임해서 제일 먼저 낸시 펠로시 당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나러 갔거든요. 그때 펠로시 의원이 제게 미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 통과 시 자기가 한 역할을 얘기했어요.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요.

그리고 2014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그 후 4월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을 했고, 그 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자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뭐라고 답변을 했느냐 하면요. “이것은 끔찍한 인권 침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전시 상황이라 해도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단어들이 얼마나 강한 단어들입니까?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아베 수상도 알 것이다. 일본 국민들도 알 것이다. 이런 문제 해결하기 위해선 사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첫걸음이라는 것을”이라고 했습니다. 아베 수상을 거론하면서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입장이 낸시 펠로시 의원과 오바마 대통령에게만 해당됐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모든 조야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미국을 보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텐데요. 그중 하나가 어떤 원칙, 일반적인 가치를 대단히 중시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가 어떻게 미국 사람들한테 위안부 문제를 설명했느냐 하면요. 이건 ‘한일 간 역사 문제’이기도 하지만, ‘전시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라고 미국 사람들 협의에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보기엔 ‘이건 일본이 풀고 가야 할 문제’라는 분명한 의식이 있었던 거죠. 대통령이 됐건, 하원 원내대표가 됐건 말이죠. 그리고 제가 하원 외교위원장, 군사위원장도 자주 만났는데, 그분들도 똑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는 다른 역사적 문제들이 있죠. 일본이 그런 역사 문제를 취급하는 걸 잘 보시면 일관되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게 국제법의 일반 원칙에 위배되는 거라고 하고 있죠. 아베 총리가 됐건, 정부가 됐건 ‘국제법 일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을 두고 ‘국제법을 안 지키는 나라’라고 하고 있는데요. 제가 볼 때 상당히 미국을 의식한 그런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의미를 캐치해서 역습을 해야지, 빌미를 주면 안 됩니다. 국제법을 벗어나거나 그런 빌미를 주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국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느냐? 그때 제가 대사입니다. 자신있게 말씀드리는데 그런 압력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일본에 압력을 넣었습니다. 그것보다 얼마든지 많은 예가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느냐. 일반 원칙이 뒤에 있었으니, 우리 입장이 더 강해질 수 있었거든요. 역사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일반 원칙을 우리 뒤에 둬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일본에 대해서도 떳떳한 입장을 낼 수 있고, 미국에도 떳떳한 입장을 낼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가 역사 문제에 대해서 명심해야 될 건 또 있습니다. 제가 국회 가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꼭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일 간 역사 문제에 있어선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한·일 간에는 그것 말고도 다른 문제들이 있다. 한·일 간 가치를 같이하고, 전략적 목표 같이 하는 협력은 그 협력대로 가야 한다” 이겁니다. 두 사안을 같이 추진해야지, 어느 하나만 해선 안 됩니다. 그런 종합적 시각을 갖고 일반 원칙에 기초해서 대응해 나간다면, 이 문제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커트 캠벨, 제이크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
● “캠벨, 설리번, 블링컨, 셔먼 모두 ‘동맹파’…동맹 신뢰 저해하는 불필요한 말 삼가야”

Q. 주미대사 시절에 다양한 분들을 폭넓게 만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인선을 보면 반가운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커트 캠벨이나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 등과 깊은 연이 있으신가요? 그분들 인선에 대한 평가와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제언도 궁급합니다.

A. 제가 오바마 대통령 임기 4년을 워싱턴에 있는 동안에는, 커트 캠벨, 제이크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은 현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현직만큼 활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시아그룹이라는 컨설팅펌에 참여하면서, 다 오바마 팀으로 친했으니까요. 그분들 모두 자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배우자 분들도 자주 만났습니다. 커트 캠벨 베우자는 제가 처음 봤을 때 미 재무부 국제금융차관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으로 G-20 셰르파를 할 때입니다. 그래서 그 부인을 미 재무부 국제금융차관에서부터 만났습니다. 제가 워싱턴 갔을 때 그분은 연방준비은행 이사가 됐죠.

토니 블링컨 부인은 국무부 차관보를 한 분입니다. 미국의 ECL 부서는 우리한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하는 부서, 그 담당 차관보였습니다. 그분도 제가 잘 알았습니다. 웬디 셔먼의 남편은 저명한 언론인입니다. 저는 당시 웬디 셔먼보다 그 남편을 먼저 만났어요. 제가 워싱턴에 부임했을 때 언론인은 관두고, 다른 회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어요. 제이크 설리번은 당시 미혼이었고요.

물론 4명 본인들과 일로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4명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기 분야에서 이미 검증되고 또 검증된 전문가 분들이라는 겁니다. 둘째, 동맹을 대단히 중시하는 분들이라는 거고요. 셋째, 아시아에 대해 대단한 조예가 있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커트 캠벨은 아시아담당차관보했던 분이거든요. 누구보다도 아시아를 잘 아는 분이죠. 그분은 국무부에서 물러나서 컨설팅 펌을 운영했는데 그 펌 이름이 아시아그룹이에요.

웬디 셔먼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때 북한담당조정관을 했고 한국에도 자주 왔습니다. 그래서 그분도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를 대단히 잘 아는 사람이고요. 토니 블링컨은 당시 부장관이었습니다. 2015년 2월에, 그도 부장관이 되자마자 처음 온 게 한국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토니 블링컨 부장관을 만나서 “한국에 제일 먼저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솔직히 왜 한국에 먼저 갔느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블링컨 부장관이 “그건 굉장히 쉬운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내 ‘올드 보스'(오바마 대통령)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국무부에 가면 아시아를 굉장히 잘 챙겨야 한다고. 그리고 내가 국무부에 왔더니, 내 ‘뉴 보스'(존 케리 장관)가 아시아를 잘 챙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당연히 아시아를 가야지, 그리고 아시아에서 한국부터 가야지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부장관은 한국에 굉장히 자주 왔습니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라는 자리는 굉장히 바쁜 자리인데도 한국에 자주 왔어요. 그 정도로 그 분야에 있어서 1인자로 알려진 분들이고 동맹을 대단히 중시한 분들입니다. 아시아 잘 아는 분들이고. 이런 분들한테는 정공법으로 나가야죠. ‘아 이걸 적당히 하면 넘어가려나’ 이런 게 통할 수가 없겠죠. 솔직하게, 그리고 신뢰에 기초해서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해야죠. 우리가 동맹의 신뢰를 활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신뢰를 보여줘야겠죠.


Q. 그에 상응하는 신뢰,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나요?

A. 첫째, 히포크라테스 선서입니다. 저는 해보지 않았지 않았지만, 의사가 처음에 환자를 볼 때, 뭘 개선할까 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어떤 걸 잘못해서 상황을 나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겁니다.
‘Do no harm’, 바로 신뢰를 증진하는 방법은 이 ‘두 노 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얘기 들어보면 동맹의 신뢰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근데 현실성 없는 얘기냐, 제가 볼 때는 아닙니다. 그런 얘길 왜 해서 동맹 신뢰를 저해하느냐는 겁니다. 왜 신뢰가 중요하냐, 동맹이라는 게 뭐냐. 저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내 일처럼 가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도와주는 건 희생으로 하는 데 신뢰를 하지 못한다면 누가 내 일처럼 가서 희생합니까?

일각에서는 ‘적당히 하자’는 얘기도 합니다. 미국을 향해서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린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도 크고, 일본과 호주에 비해서 굉장히 상황이 안 좋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일본, 호주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요. 그럼 제가 뭐라 하느냐. ‘그렇게 얘기하는 것과 동맹으로서 다 할 준비가 돼있다고 얘기하는 것 중에 어떤 게 신뢰에 더 도움되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두 노 함’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모든 걸 동맹에 기초해서 한다는 것은 각각 개별 사안을 미국을 설득해 피해나가는 것보다 좋은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시아 인프라 은행 건도 얼마든지, ‘전략적 명백성’을 기초로 해서도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얼굴 붉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린 다르게 취급해줘’라고 미국에 그러는 건, 제가 볼 때 동맹의 기본 속성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 “북 비핵화 해법 질문에 ‘한미 동맹 강화’ 답변한 매케인…지금도 통용되는 ‘정답'”

Q.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결실을 매듭짓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잘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게 정의용 후보자의 첫 일성이었습니다. 사실상 북미 대화 추동을 본인의 사명으로 여기고 장관직에 임하시는 것 같은데요.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동맹국인 한국 등과 함께 협의를 해 나갈 텐데 전면적으로 대북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인상입니다. 한국 정부가 동맹에, 말하자면 기분 나쁘지 않게 어떻게 설득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A.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요. 아까 질문하면서 비핵화하고 동맹을 말씀했잖아요. 제가 일화를 하나 소개할게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제가 미 상원의원들을 많이 만났지만, 동맹에 관한 한 매케인 의원처럼 동맹의 중요성 잘 인식하는 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분과 워싱턴에서 자주 만났는데,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굉장히 섭섭했어요.

지난 2016년 가을, 제 생각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당시 매케인 의원이 그 해 9월에 헤리티지파운데이션에서 동아시아의 동맹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지를 주제로 한 연설을 하게 됐습니다. 근데 거기에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지금 북한이 계속 핵 미사일 실험을 하는데, 관계 개선을 이루지 못하지 않겠느냐. 뭘 더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매케인 의원이 어떻게 답할지를 궁금해했는데요. 당시 매케인 의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답변을 듣고 ‘가만있어보자. 저건 꼭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아닌 것 같고, 피해 가는 답변 같은데. 왜 안보에 대해 ‘9단’인 양반이 왜 저렇게 답을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서 그 답변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북핵은 굉장히 중요한 도전이죠. NPT 체제에 대한 도전이고, 미국의 실질적인 안보에 대한 도전이고, 미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도전입니다. 그 도전을 제대로 방어하고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맹이 중요한데, 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동맹이 적이 돼선 안 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당시에 답변을 들었을 때보다 나중에 그 생각을 곰곰이 하면 할수록 ‘역시 9단 다운 답변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방금 김 기자가 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현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습니다만 그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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