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겨 수사해야 한다”고 25일 주장했다. 현재 김진욱 공수처장 나 홀로 있는 공수처에 사건을 넘기라는 주장에 야당은 사실상 수사 중단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맞섰다.
게다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답변을 유도한 의원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야당, “사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냐”먼저 김용민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이모 검사에 대해 압수 수색을 했고, 당시 과거사 조사에 관여했던 검사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며 “공수처법상 검사가 수사대상이어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유도성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공수처법에 따르면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현재 상태에서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게 옳다”고 화답했다.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때는 관련 자료와 함께 대검찰청에 통보하는 대신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규정한 공수처법 25조가 근거다.
문제는 현재의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 나 홀로 임명받은 상황이란 점이다. 검사 채용 절차를 막 시작한 단계다. 김 공수처장은 지난 22일 기자들에 공수처 구성에 대해 “적어도 7~8주, 빨라야 2달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야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조직도 꾸리지 못한 공수처에 검찰이 한창 수사 중인 사건을 넘기라는 주장은 사실상 수사를 중단하라는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또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김 의원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당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을 맡았으며 출금 조치와 관련해서도 법무부 및 대검 진상조사단과 사전 논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야당은 “김 의원이 불법 출금 사건 관련 질의를 하는 게 합당하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여야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사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의혹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불법 출금 의혹이 절차적 정의 표본이냐”박 후보자는 이 사건 수사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절차적 정당성은 중요하다. 저는 절차적 정의를 대단히 중요시하는 사람이지만 그런데 왜 이 사건이어야 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법 절차는 형사 사법의 양대 축”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절차적 정의냐 실체적 정의냐는 문제인데 (불법 출금 의혹을) 검찰이 말하는 절차적 정의의 표본으로 삼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학의 전 차관은 당시 별장 성접대라는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절차적 위법이 있더라도 실체적 정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 셈이다.
박 후보자는 다른 사건에 관한 질의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채널A 사건에 대해선 “김 전 차관 사건과 달리 오래 묵은 사건이다.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가 관련 의혹에 대해선 “제 위치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혐의가 있으면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는 “엄정한 수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엄정한 수사를 하라 마라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뉴스1“검찰개혁 文 정부 마무리투수…변화구도 활용”박 후보자는 이날 인사말에서 “문재인 정부의 마무리 투수로서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를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과 같은 일방통행식이 아닌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정치 검찰이라는 의구심이 있다”면서도 “대다수 검사는 그렇지 않다. 검사의 업무 성격을 바꾸면 된다”이라고 했다. 그는 “추미애 장관은 시대적 상황이 ‘직구’를 요구했다”며 “지금의 시대적 상황은 직구 말고 다양한 변화구도 활용하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계에 대해선 “단 일의 사적인 관계나 정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박 후보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동기로서의 친분이면 모를까 특별하고 개별적인 친분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올해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완충장치 필요성을 내비쳤다. 그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 시행되는데 모순과 충돌, 여러 공백이 생길까 걱정되고 두렵다”며 “검찰과 경찰이 상당 기간 정보를 공유하고 공백이 생길 여지를 없애는 협력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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